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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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I를 잘 쓰고 있는걸까?

·8 분 읽기
AI회고커리어

요즘 AI를 사용하면서 고민이 더 커진다

작년 10월, Flutter-web을 Next.js로 옮기던 중간부터 Cursor에서 Claude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커서도 좋은 툴인 건 분명했지만, Claude로 갈아타면서 업무 효율이 체감상 10배쯤 올랐다.

돌이켜보면 가장 큰 이유는 MCP 연동이었을 것이다. 피그마 MCP가 퍼블리싱 작업의 80퍼센트를 자동으로 해 주었다. 작업하며 AI에 처음 '와우' 했던 포인트였다.

도구에 너무 집착했나?

클로드로 바꾼 뒤, 나는 생산성을 더 올리려면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스킬을 깎고, 하네스를 깎았다. 깎는 건 너무 좋다. 하지만 제대로 깎았는지는 모르겠다. 이것도 문제였다. 나에게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스킬과 하네스를 깎는 의미를 점점 잃어 갔다.

좋은 게 나왔다 하면 써보고 "아, 이건 이래서 좋은 거구나" 했다. 로컬 LLM이 나왔네, 우리 서비스에 쓸 순 없을까? Cmux라는 게 있네, Orca가 있네, 세션끼리 상호작용시키기 편하네…. 이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내 업무 방식이 바뀌었는가를 물으면 딱히 없었다. 도구는 늘었는데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였고, 성과도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기준을 회사에 기여하는 것으로 두면 어떨까

오랫동안 정리되지 않고 머릿속을 헤집어 놓던 주제였다. 우선 결론은 이렇다. 판단할 기준이 없어서 혼란스러웠고, 그 기준을 회사에 기여하는 것으로 잡기로 했다.

"나 지금 AI를 잘 쓰고 있는 건가? 아닌 것 같은데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 앞에서, 나는 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만 집중했다. 도구의 속도, 더 좋은 스킬, 더 빠른 실행. 하지만 그건 수단이다. 정작 "이게 매출이나 비용, 회사의 목표에 닿았나?"는 물은 적이 없었다.

기준이 있어야 했다. 회사의 사업 방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두고, 그 기여를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써 보기로 했다.

기준이 없을 때는 도구를 좇는 루프를 돌았고, 기준을 세운 뒤에는 회사 목표에서 출발한다

번외) 더 골 (경영책)을 읽고 든 생각

AI로 고민하던 때 마침 더 골이라는 책을 알게 됐다. 비병목이 아니라 병목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들었다. 그래서 사서 다 읽었고, 정리된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비병목을 개선하는 데 목맸구나.

AI 덕분에 개발은 더 이상 병목이 아니게 됐다. 그런데 나는 그 개발을 더 빠르게 하는 데만 매달리고 있었다.

애자일 방법론을 생각해 보면, 짧은 주기로 기능을 빠르게 배포한다. 그 한 주기가 예전엔 이랬다. 내 경험으로는, 기획서(PRD)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천차만별이지만 일단 PRD가 나오면 개발팀이 스펙을 정의하고 디자이너도 함께 회의를 한다. 백엔드는 병렬로 작업하고, 프론트도 MSW 같은 모킹 데이터로 백엔드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구현을 시작한다. 그리고 디자인과 백엔드를 받으며 프론트엔드를 마무리한다. 작업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주에서 1주 반이 걸렸던 것 같다.

당시에는 이 과정에서 개발이 가장 긴 구간이었다. 1주에서 1주 반 중 개발에만 5일쯤 걸렸으니, 병목은 개발이었다고 봐도 된다. 그 사이 PO나 PM분들은 회사의 방향에 맞춰 제품을 성장시킬 올바른 전략을 담은 기획서를 만드는 데 시간을 갈아 넣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PRD를 하나 만들어 오면 1주에서 1주 반은 마음이 편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이제 달라진 건, PRD가 나오는 속도는 그대로인데 개발팀의 생산성이 미쳐 날뛰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목이 옮겨 갔다. 지금의 병목은 PRD와 디자인이다.

과거에는 개발이 가장 긴 구간이었고, 지금은 개발이 먼저 끝나 PRD와 디자인을 기다린다

흐름이 이렇게 바뀐 것 같다. 놀라운 건 이렇게 해도 대략 3일이면 끝난다는 것이다. 최근 작업을 돌아보니 이 정도 걸렸다.

개발 시간만 따지면, 예전에 5일쯤 걸리던 것이 이제는 체감상 5시간이면 구현된다. 3일 중 나머지는 PRD와 디자인을 기다리고 반영하는 시간이다. PRD와 디자인이 나오는 속도는 여전하니, 이 속도를 따라오기 벅찰 수밖에 없다.

개발 시간은 약 5일에서 5시간으로 줄었지만, PRD부터 Release까지는 1주에서 1주 반 걸리던 것이 약 3일로 줄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제품팀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인사이트가 되고, 나에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되면 좋겠다. 고민이 많은 이 시기에 서로 인사이트를 나누면 좋겠다.

액션 포인트

새 툴이나 모델이 나올 때 적극적으로 써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곧 AI를 잘 쓰는 것이라는 속삭임에는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

병목이 개발 밖으로 옮겨 갔다면, AI로 기여할 곳도 개발 밖에 있다. 그래서 회사에 기여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개발팀이 기술팀으로 바뀌었고 이제 제품팀뿐 아니라 다른 부서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AX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4분기에는 이 일에 더 집중해 보려 한다.

'AI는 결국 회사에 기여하려 할 때 잘 쓰게 되는 게 아닐까?' 이것도 우선 가설이긴 하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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